
파리 근교의 한 도로를 달리던 기억이 있다. 그날은 목적지도, 일정도 없이 그냥 핸들을 잡았다. 신기하게도 그 자유로움 속에서 오히려 ‘속도’보다 ‘감정’이 더 크게 다가왔다. 차가운 바람이 헬멧 틈으로 스며들고, 금속 진동이 몸을 타고 흐르는 순간, 모터사이클이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의 라이더 문화는 이런 감정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다룬다. 단순히 엔진 성능이나 제로백 속도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브랜드의 철학과 라이더의 태도를 존중한다. 누군가에겐 오랜 세월 한 브랜드를 고집하는 이유가 그 디자인의 곡선 하나, 시동을 걸 때의 소리 하나에 담긴 추억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는 통계나 스펙 시트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영역이다.
최근 한 브랜드 관계자와의 짧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우리는 속도를 만드는 게 아니라, 순간을 설계한다.” 그 말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다. 바이크를 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순간의 온도를 기억할 것이다. 고요한 도심 새벽길에서, 혹은 낯선 유럽 시골의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그래서 나는 오늘도 모터사이클을 이야기한다. 브랜드의 기술력, 디자인, 그리고 문화 속에 담긴 인간적인 감성을 풀어내며, ‘기계와 감정의 교차점’을 찾고 싶다. CPI 모터 유럽은 그런 여정을 기록하는 공간이다. 그 안에는 금속의 냉철함보다 바람의 온도,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더 짙게 배어 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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